가을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11월, 선선한 바람이 부는 날씨와 알록달록 붉게 물드는 풍경은 독서의 계절이 왔음을 실감합니다. 11월의 첫 인터뷰는 독립 서점 '책, 익다' 대표 전유겸님을 만났습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A. 안녕하세요. 좋아하는 것을 매일 하며 사는 자유로운 사람, 전유겸입니다. 독립 서점이자 술집 ‘책, 익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Q. ‘책, 익다’는 어떻게 오픈하게 되었나요?
A. 저는 낮에는 회사를 다니고 있습니다. 일을 하면서도 제가 좋아하는 게 뭘까 계속 생각하고 찾았어요. 저는 책을 좋아해요. 또 좋아하는 분위기에서 술 한 잔 하는 것도 좋아하구요. 그래서 술 한 잔하면서 책을 읽는 것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이라는 걸 알았죠. 나만의 서점을 만들고 싶다, 혼자 와서 책을 즐기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책, 익다’를 2021년 1월에 오픈했는데 그때가 코로나 시기라서 혼자의 개념이 많이 바뀌고 있었어요. 이 때가 기회이지 않을까 싶어서 준비를 시작했죠.
Q. 책과 술을 함께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술은 술, 독서는 독서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술을 마시며 책을 읽는다는 것이 책에 집중한다기 보다는 책은 수단이고 그 분위기를 즐기는 것에 집중한다고 생각하죠. 생각보다 적당한 알콜은 몰입할 때 도움을 줍니다. 친구들이랑 술 마실 때 이야기를 나누며 굉장히 몰입하잖아요. 적당한 알콜이 주는 몰입감이 책이랑 어울려요! 주변 사람들은 누가 술 마시면서 책을 읽냐 했지만 나말고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궁금했어요. 그래서 월세 내는 걸 목표로 시작했죠!
Q. 서점을 운영하며 행복한 순간은 언제인가요?
A. 매일 매일 행복해요. 좋아하는 사람들이 계속 와주시고 글쓰기 모임, 책모임 등을 하다보니 매일이 재미있습니다. 솔직히 ‘돈 벌어야지’ 했으면 힘들었을거에요. 한 때 ‘행복은 뭘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봤어요. 우리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할 수 있을 때 행복하잖아요. 그래서 또 질문을 했어요. 그럼 내가 좋아하는 게 뭘까, 나는 책을 좋아하는데 어떤 책을 읽는걸 좋아하지? 구체적으로 답을 찾아갔고 결론은 ‘내가 좋아하는 이걸 매일하면 난 행복하지 않을까?’ 였어요. 그래서 ‘책익다’에 있는 매일이 행복합니다.
Q. 좋아하는 걸 찾아야겠다 생각이 든 계기가 있나요?
A. 한 회사에 15년을 다녔어요. 다음달에 첫 이직을 합니다! 회사에서 처음 일을 배울 때 야근을 많이 했어요. 새벽 1-2시까지 매일 했죠. 4-5년차 됐을 때 몸과 마음이 망가져서 ‘이렇게 살면 안되겠는데’ 문득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때부터 내가 뭘 좋아하는지 고민을 시작했어요. 그러다 우연히 본 ‘당신은 좋아하는 시간을 하루에 몇 분을 쓰고 있나요?’라는 질문에 충격을 받았어요. 그때부터 찾아 헤맸던 것 같아요.
Q. 내가 뭘 좋아하는지 찾을 수 있는 나만의 팁이 있나요?
A. 내가 좋아하는 것에 구체적인 정의를 내려보세요. 예를 들어 새로운 카페를 가는게 좋다면 왜 좋은 건지 계속 질문을 하는 거죠. 카페의 인테리어를 좋아하는건지, 맛을 좋아하는지, 인스타 올리는게 좋은건지, 내가 제일 먼저 가는 것에 대한 성취감이 있는 것인지 질문을 계속 해봤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두번째는 돈을 제일 많이, 죄책감 없이 많이 쓰는 것이 있을거에요. 그럼 그건 분명 좋아하는겁니다! 내가 왜 이렇게 많이 샀지 후회하면 그건 정말 좋아하는 게 아니구요!
Q. 일도 하시고 서점도 하시면 취미생활 할 시간이 많이 없을것 같은데 보통 여가시간에는 무엇을 하시나요?
A. 아침 일찍 일어나서 러닝을 합니다. 우리는 100살 까지는 살 것 같아요. 그래서 그때 모습을 상상해봤죠. 누구는 병원에 누워 있을 것이고 누구는 자유롭게 걸어다닐 거에요. 그럼 나는 100살 때 내가 죽더라도 그 때까지 자유롭게 걷고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렇다면 난 무엇을 해야할까 고민했고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만약 행동하기 어려운 것이 있다면 왜 하고 싶은 것인가를 잘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그냥 뭔가를 좋아서 하는 것보다는 내가 왜 이것을 좋아하게 됐지? 생각을 해보는거죠!
Q. 사람들에게 ‘책, 익다’는 어떤 공간으로 기억되고 싶나요?
A. 마음이 싱숭생숭할 때 편하게 쉬다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픈 때 부터 생각했어요. 우리는 모두 자신의 인생에서 자신이 주연이잖아요. 근데 너무 많은 사람들이 조연처럼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우리 인생에서 만큼 본인이 주연이니까 위로도 받고 공감도 하고 모든 사람이 온전히 자기 삶을 즐겼으면 좋겠어요. 단단하게.
Q. 가을에 읽기 좋은 책 추천해주세요!
A. 정지우 작가의 ‘내가 잘못 산다고 말하는 세상에게’
가을은 쓸쓸하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잖아요. 왜 쓸쓸함을 느낄까 생각해보니 날씨가 풀리면서 바람이 불어오고 또 주변에서 결혼도 많이 하니까 이 때쯤 되면 올 해 내가 뭘했나 하면서 자기 연민에 빠지게 되는 것 같아요. 이 책은 그래도 괜찮아, 그렇게 살아도 괜찮다고 위안을 얻을 수 있습니다.
태양의 햇살이 비치면 새로운 하루가 시작됩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의 시간은 똑같지만 모두 다른 방식으로 하루를 살아갑니다.
모두 자신만의 행복의 순간을 찾습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행복을 찾아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우리의 하루에 따스한 햇살 한줄기가 될 수 있길 바랍니다.
You are a ray of sunsh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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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유겸 (@book.ikda)
사진 송병준 (@vendasong)